시집 속 詩

새떼를 베끼다/위선환

자크라캉 2007. 10. 26. 18:19

 

사진<미디어다음스포츠>에서

 

떼를 베끼다 / 위선환

 

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 새떼 하나는 날아오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관통해서 새가 새에게 뚫린다고 쓴다

새떼는 새떼끼리 관통한다고 쓴다 이미 뚫고 나갔다고, 날아가는 새떼끼리는 서로 돌아다본다고 쓴다

새도 새떼도 고스란하다고, 구멍 난 새 한 마리 없고, 살점 하나, 잔뼈 한 조각, 날갯깃 한 개, 떨어지지 않았다고 쓴다

공중에서는 새의 몸이 빈다고, 새떼도 큰 몸이 빈다고, 빈 몸들끼리 뚫렸다고, 그러므로 空中이다, 라고 쓴다

시집 : 2007년 <새떼를베끼다> 문지사

 

<약력>
시인 위선환은 1941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2001년 『현대시』 9월호에 시 「교외에서」 외 2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2001),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2003)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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