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칸타빌레>님의 블로그에서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김선우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에서>
※김선우 시인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창작과비평』겨울호에「대관령 옛길」등 10편의 시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가 있으며,
2004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힘'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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