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 이성복 사진<계명중학교23회>님의 카페에서 테스 / 이성복 드문드문 잎이 남은 가을 나무 사이에서 婚禮의 옷을 벗어 깔고 여자는 잠을 이루었다 엄청나게 살이 찐 검은 사슴이 바닥 없는 그녀의 잠을 살피고 있었다 출처 :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약력] 이성복(李晟馥, 1952년 ~ )은 대한민국의 .. 시집 속 詩 2010.02.05
이동移動 / 이성복 사진<별 마을>님의 카페에서 이동移動 / 이성복 초식민족(草食民族) 사내들의 이동(移動), 아이들은 공터에서 놀게 내버려 두고, 여자들은 양장점과 미장원과 부엌에 가둬 놓고 외몽고(外蒙古) 군사들은 우리를 번호로 불러냈다 53번, 닭의 내장 속으로 54번, 텍스 속으로 55번, 창(槍) 끝으로 당장 떠.. 시집 속 詩 2009.11.23
1959년 / 이성복 사진<ktx2004>님의 블로그에서 1959년 / 이성복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不姙의 살구나무는 시들어갔다 소년들의 性器에는 까닭 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까지 移民을 떠났다 우리는 유학 가는 친구.. 시집 속 詩 2009.11.23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 이성복 사진<798art>님의 카페에서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 이성복 그날 아침 비 왔다 개이고 다시 흐리고 갑자기 항아리에서 물이 새고 장독이 깨지고 그날 아침 工員들 실은 트럭이 장사진을 이루고 어떤 녀석은 머리에 흰 띠 두르고 깃발을 흔들고 계집애들 소리내어 껌 씹으며 히히닥거리며 줄 .. 시집 속 詩 2009.11.23
그날 / 이성복 사진<自淨其意>님의 블로그에서 그날 /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역전(驛前).. 시집 속 詩 2009.11.23
불면.1/이언빈 사진<중년의 여행 그 아름다움>님의 카페에서 불면.1 / 이언빈 울안이 텅 비어 있다 잠 속에 칼날 한 잎 맨살로 누워 있다 밤중에 제 얼굴 비추어 보는 달빛의 이마 위 화안 금이 간다 시집: <먹황새 울음소리>, 세계사 시집 속 詩 2009.09.06
봄날은 간다 / 안도현 사진<백두대간자연산약초>님의 카페에서 봄날은 간다 / 안도현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 시집 속 詩 2009.04.22
조개의 불, 싱싱한 / 강희안 사진<서해바다>님의 블로그에서 조개의 불, 싱싱한 / 강희안 죽어서야 입을 여는 게 어디 너뿐이랴. 물에 잠그기라도 하는 날이면, 슬몃 그의 비밀한 시간의 내력을 훔칠 수 있다. 짜디짠 어둠의 펄에서 앙당그리던 슬픈 가계가 보이고, 희디흰 각질에 방점을 찍은 강단의 길도 보인다. 파랑의 불길.. 시집 속 詩 2009.02.12
아들에게/ 최하림 사진<설빔에관하여>님의 블로그에서 아들에게 / 최하림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들을 본다 아무 생각없이, 고통스럽게 지나가버린 시간들 다시 잡으려 해도 소용없는 시간속으로 나는 되돌아 갈 수 없으며 잃어버린 시간들을 다시 찾을 수도 없다 변해버린 사람과 깨어진 사랑 속에서 나는 걸음.. 시집 속 詩 200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