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고경숙 사진<내가 너를 부를때>님의 카페에서 새 / 고경숙 내 족속이 그리운 날은 무제한으로 고도를 높이고 바람을 탔다 내 몸을 힘차게 때리며 퍼덕일 때마다 수평이동은 곧 수직으로 바뀌어 가쁘게 숨을 내쉬다 보면 어느새 시간 속을 날기 일쑤였다 억겁을 날아 차가운 얼음별에 당도하면 진화 중인 .. 시집 속 詩 2009.01.19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허청미 사진<핑크빛 핸드메이드>님의 카페에서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 허청미 이쁜 꽃무늬파자마 한 번 입어봐요 봐요! 수천 개 달이 떠 있는 배밭, 배꽃들이 자지러지잖아요. 그 위로 물고기가 휙휙 날고 연인들이 칸디루*처럼 입을 맞추고 있잖아요 환상적이죠? 이렇게 한 백년쯤 살아보고 싶다.. 시집 속 詩 2009.01.08
가죽나무 / 도종환 사진<향기로운 세상>님의 카페에서 가죽나무 /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 시집 속 詩 2008.12.02
귀뚜라미 / 나희덕 사진<부처님뜰 살림꾼들의 모임>님의 카페에서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소리는 아직 노래가 아니요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듯 토하는 울음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소 우~우~ 귀뚜루르르 귀뚜루르르 보내.. 시집 속 詩 2008.12.01
1분, 혹은 2분 / 최형심 사진<뉴욕감성시대>님의 카페에서 1분, 혹은 2분 / 최형심 태양이 바다의 담을 슬쩍 넘어갔지. 펜이 사랑이라고 쓰는 순간, 밤은 무수한 원죄를 낳았어. 커피잔이 한잔의 어둠을 휘젓는 사이, 목련꽃 가지 등 굽혀 그늘을 내려놓고. 악의 베갯머리에* 잠든 보들레르를 깨우는 동안, 일곱 살 계집아이.. 시집 속 詩 2008.11.25
아내의 빨래공식 / 이기헌 사진<대한적십자사용인지구협의회>님의 카페에서 아내의 빨래공식 / 이기헌 아내의 빨래공식은 늘 일정하다 물높이 중간에 놓고 세탁 십 분 헹굼 세번 탈수 삼 분 후에 다시 헹굼 한번 그러나 간혹 공식이 파기될 때가 있다 남편 잘 둔 친구를 만났다던가 나의 시선이 그녀를 빗나갔다 싶은 날이.. 시집 속 詩 2008.10.28
날아라 가오리 / 이명윤 사진<해피해피홈>님의 카페에서 날아라 가오리 / 이명윤 자갈치역 지하도 납작 엎드린 등. 쏟아지는 눈길. 껌처럼 달라붙은 저 눈빛을 어디서 보았더라? 며칠 전 어시장 좌판, 큼직한 날개를 펼치고 엎드려 있던 더 할 말 없다는 듯 아랫배에 입을 숨기고 있던 가오리, 버스가 서지 않는 오지의 지.. 시집 속 詩 2008.10.28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사진<샌님-눈내리는 내소사>의 카페에서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북국(北國)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시집 속 詩 2008.07.24
역마차 / 김철수 사진<송운 사랑방 Song Woon Art Hall>님의 카페에서 역마차 / 김철수 설움 많은 밤이 오면은 우리 모두들 역마차를 타자 반기어주는 이 없는 폐도(廢都) 여기 별없는 거리 자꾸 그리운 합창이 듣고파 내 오늘도 또 한 잔 소주에 잠겨 이리 비틀거리는 사내이구나 흔들려 부딪치는 어깨 위에 저 가난한 .. 시집 속 詩 2008.07.24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사진<뷰파인더로 보는세상>님의 카페에서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 시집 속 詩 2008.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