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사진<시와 공간>님의 카페에서 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 시집 속 詩 2008.07.22
사물 A와 B / 송재학 사진<꿈하나 사랑하나>님의 케페에서 사물 A와 B / 송재학 까마귀가 울지만 내가 울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의 날 것이 불평하며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헤집다가 까마귀의 희로애락을 흉내내는 것이다 까마귀가 깃든 동백숲이 내 몸 속에 몇백 평쯤 널렸다 까마귀 무리가 바닷바람을 피해 은.. 시집 속 詩 2008.07.08
불면 1 / 심재상 사진<그 남자가 사는 법-고민의 증거.. 불면의 밤>님의 블로그에서 불면 1 / 심재상 내 밤은 바깥으로 모르는 수평선, 둥글게 타오르는 바다 끝이에요 허공에 매달린 백열전구들도 백열전구들이 삼 킨 하늘도 뜨겁디뜨거워요 내 몸은 점점 끓어오르는 수 족관이에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밖에서 안.. 시집 속 詩 2008.07.02
저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사진<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님의 카페에서 저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외로워서 안 되겠다 저 닭이라도 잡아먹자 산중의 외딴집 찔레 덤불 억새밭에 정란아 유정란 잘도 낳더니 족제비 사냥개들에게 하나 둘 목울대를 내어주고 앞마당의 검은 이단자 오골계와 꼬끼이 ㅋㄹㄹ 끝끝내 득음 .. 시집 속 詩 2008.06.18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 강정 사진<예쁜편지지>님의 카페에서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 강정 그가 내게 처음 한 말은 물이 모자라 거죽이 붉게 부르튼 어느 짐승에 관한 얘기다 듣고 보니 말이라 했지만, 그 짐승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사람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다 비이거나 혹은 바람이거나 아직도 살 만큼 물이 충분한 내 .. 시집 속 詩 2008.05.20
봄 외출 / 장옥관 사진<ONEPIECE ONELINE>님의 카페에서 봄 외출 / 장옥관 고삐를 풀어놓았다 몸집 작은 까만 개가 살여울처럼 뛰쳐나간다 치켜든 꼬리 아래 아, 항문이 복사꽃 같다 영문 모르는 벚꽃이 놀라 몸을 움츠린다 노란 민들레꽃 지린내 아른아른 아지랑이 피어오른다 오줌을 갈긴다 앞서 달려나가던 개가 찔끔.. 시집 속 詩 2008.05.16
마침표 하나/ 황규관 사진<Design Me>님의 블로그에서 마침표 하나 /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 시집 속 詩 2008.01.31
사라진 입들 / 이영옥 사진<신토불이119>님의 블로그에서 사라진 입들 / 이영옥 잠실 방문을 열면 누에들의 뽕잎 갉아 먹는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어두컴컴한 방안을 마구 두드리던 비, 눈 뜨지 못한 애벌레들은 언니가 썰어주는 뽕잎을 타고 너울너울 잠들었다가 세찬 빗소리를 몰고 일어났다 내 마음은 누가 갉.. 시집 속 詩 2008.01.31
사라진 입들 / 이영옥 사라진 입들 / 이영옥 잠실 방문을 열면 누에들의 뽕잎 갉아 먹는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어두컴컴한 방안을 마구 두드리던 비, 눈 뜨지 못한 애벌레들은 언니가 썰어주는 뽕잎을 타고 너울너울 잠들었다가 세찬 빗소리를 몰고 일어났다 내 마음은 누가 갉아 먹었는지 바람이 숭숭 들고 있었다 .. 시집 속 詩 2008.01.31
철길 / 이영옥 사진<즐거운시간되세요>님의 블로그에서 철길 / 이영옥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어머니가 나를 훔쳐갔다 내 손을 거머쥐고 철길을 뛰어갔다 작은 언니가 따라오겠다며 악을 쓰고 울었다 기차가 달려와 데굴데굴 몸부림치던 울음을 잡아먹었다 삶은 나란한 검은 침목처럼 끔찍하게 놓여 있었다 어.. 시집 속 詩 200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