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저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자크라캉 2008. 6. 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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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님의 카페에서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외로워서 안 되겠다

저 닭이라도 잡아먹자

산중의 외딴집 찔레 덤불 억새밭에

정란아 유정란 잘도 낳더니

족제비 사냥개들에게

하나 둘 목울대를 내어주고

앞마당의 검은 이단자 오골계와

꼬끼이 ㅋㄹㄹ

끝끝내 득음 못 한 장닭마저

내장이 드러나고 말았으니

정란아 무정란 외로워서 안 되겠다

하릴없이 박제된 날개 퍼덕이는

청상의 저 닭이 외로워서 안 되겠다

잡아먹자 저 눔의 씨암탉

고갈된 눈물샘 자꾸 쪼아대는

깃털로 위장한 저 비애를 잡아먹자

 

시집 : 「강물도 목이 마르다」 실천문학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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