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철길 / 이영옥

자크라캉 2008. 1. 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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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즐거운시간되세요>님의 블로그에서

/ 이영옥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어머니가 나를 훔쳐갔다

내 손을 거머쥐고 철길을 뛰어갔다

작은 언니가 따라오겠다며 악을 쓰고 울었다

기차가 달려와 데굴데굴 몸부림치던 울음을 잡아먹었다

삶은 나란한 검은 침목처럼 끔찍하게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유괴해 온 검은 밤을 펴고

펄럭펄럭 촛불을 밝혔다

내가 잠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었지만

기차의 검은 화통은 하루에 네 번씩 냅다 소리를 지르며

유년의 파리한 뒷덜미를 잡고 철컥철컥 사라졌다

 

 

시집 <사라진 입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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