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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 이영옥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어머니가 나를 훔쳐갔다
내 손을 거머쥐고 철길을 뛰어갔다
작은 언니가 따라오겠다며 악을 쓰고 울었다
기차가 달려와 데굴데굴 몸부림치던 울음을 잡아먹었다
삶은 나란한 검은 침목처럼 끔찍하게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유괴해 온 검은 밤을 펴고
펄럭펄럭 촛불을 밝혔다
내가 잠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었지만
기차의 검은 화통은 하루에 네 번씩 냅다 소리를 지르며
유년의 파리한 뒷덜미를 잡고 철컥철컥 사라졌다
시집 <사라진 입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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