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욕감성시대>님의 카페에서
1분, 혹은 2분 / 최형심
태양이 바다의 담을 슬쩍 넘어갔지. 펜이 사랑이라고 쓰는 순간, 밤은 무수한 원죄를 낳았어. 커피잔이 한잔의 어둠을 휘젓는 사이, 목련꽃 가지 등 굽혀 그늘을 내려놓고. 악의 베갯머리에* 잠든 보들레르를 깨우는 동안, 일곱 살 계집아이의 울음이 한강에 던져졌어. 시의 목에 별 하나 걸고, 술 취한 뒤통수엔 번쩍, 별이 뜨고. 김언희의 트렁크를, 덜컥, 여는 순간, 실종된 104호 남자의 발자국은 트렁크에 갇혔지. 첫 행의 시어 둘 떨어져 나가고, 바람의 지문이 거미줄의 심장을 흔들었지. 연을 바꾸는 동안, 실종기사가 번진 발목 하나 화성의 밤 깊이 버려지고. 여고생의 비명이 골목을 찢는 동안, 내 펜은 너를 침대에 살살 펴 발랐어. 소월의 초혼을 부르는 동안, 담을 넘는 그림자 어둠을 사뿐히 즈려 밟고. 프리지아향기 쉼표를 찍고 가는 동안, 지하방 독거노인이 마지막 한줌의 숨을 삼켰지. 모래바람이 낙타의 속눈썹을 재우고 가는, 잠시, 나는 시의 머리에 상징을 얹었어. 마침표를 찍는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튀어나온 억센 손이 책가방을 끌어들이고,
내가 한 줄의 시를 쓰는 동안,**
* 보들레르 「악의 꽃」중 Au Lecteur에서
** 마경덕의 시 ‘샴푸를 하는 동안’에 대한 오마쥬
웹월간詩[젊은시인들] 4집 <여섯 개 안에 일곱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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