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길 /천양희 뒷길 천양희 뒷길은 뒤에 가기로 하고 앞길을 먼저 따라갔습니다 샛길을 끼고 앞으 로 앞으로만 나아갔습니다 길은 몇갈래 가다가 멈춘 길도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 가고 싶은 ...... 마음이 먼저 지평선 하날 당겨 먼 세계를 적었습니다 직선과 직진이 다르지 않았으나 나아가는 것만이 가장 빠른 길은 .. 문예지발표작 2006.04.15
엉덩이로 쓰는 시 / 서안나 그림 <네이버 포토앨범> 엉덩이로 쓰는 시 / 서안나 어느 시인이 말했었다 시는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머리도 손가락도 아니라 책상 앞에 눌어붙어서 엉덩이 힘으로 쓰는 것이라고 오랜만에 들른 시골 친구 집 마당 한 귀퉁이 늙은 호박이 땅에 엉덩이를 대고 퍼런 잎사귀와 줄기로 여름을 기어.. 문예지발표작 2006.04.15
얼굴 / 차주일(「시평」`05년 겨울호) 블로그 > ★ 우원호와 문학산책 (SINCE 2004.9.15) http://blog.naver.com/w_wonho/60020243069 얼굴 차주일 아이가 도화지에 처음 그린 얼굴 입이 없어 완벽하다 평생 살아내야 새길 수 있는 주름살 같은 선(線)은 다빈치도 그려낼 수 없는 입술을 감춰놓고 있다 아이 같은 마음에게만 그려지는 숨겨진 입술이 비칠 때.. 문예지발표작 2006.04.07
매화, 흰 빛들 매화, 흰 빛들 | ┃ 다시읽는[詩] 2006/04/04 19:08 http://blog.naver.com/leeanvook/60023192770 매화, 흰 빛들 전 동 균 뒤뜰 매화나무에 어린 하늘이 내려와 배냇짓하며 잘 놀다 간 며칠 뒤 끝이 뾰족한 둥근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서,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세상의 길 위로 날아가는 흰 빛들 아픈 生의 비밀을 안고 망.. 문예지발표작 2006.04.05
땅끝다방 주인마담 젖통은 크다 외 1편 / 박찬 [문학과 창작]`06년 봄호 땅끝다방 주인마담 젖통은 크다 외 1편 박찬 칡즙 더덕즙 마즙 쑥즙… 몸에 좋은 것이라면 뭐든 짜주는 해남땅 땅끝마을 땅끝다방 주인마담 누렇게 바랜 소파에 앉아 십자수 놓네 냉장고 위 TV에서는 쉬지 않고 수다와 노래가 이어지는데 배달 나간 미스 고는 돌아오지 않네 .. 문예지발표작 2006.03.29
모헨조다로 Mohenjo-Daro / 고창수 [문창]`05년 겨울호 모헨조다로 Mohenjo-Daro 고창수 Ⅰ 우리가 그대의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그대는 알 수 없는 고요 속에 웅크리고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대는 길고 숨막히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이 포기한 우주적 사건이다. 그대의 미적분으로 헤아리면 망각이란 영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과도 같다. .. 문예지발표작 2006.03.28
소화기消火器 외 1편 /오세영 계간[문창]`06년 봄호 <소화기消火器 > 외 1편 오세영 금방 뛰쳐나갈 자세로 현관에 놓여 있는 소화기, 웅크리고 앉아 소리 없이 노려보는 셰퍼트의 눈빛 같다. 경보가 울리면 입에 하얗게 거품을 물며 달려들 이빨. <카드 빚> 알뜰하게 꾸려온 살림인데 아이들 교육도 다 시키고 이제 큰딸은 .. 문예지발표작 2006.03.27
신라주우소 / 김혜경 계간 [시선]2006년 봄호 신라주유소 김혜경 쓸쓸히 늙어 가는 주유소가 있다 논이 있던 자리에 아스팔트 길이 나고 명아주풀 씨앗들 무심히 가을볕을 쬐고 있다 그는, 응달진 곳에 묻힌 경애왕의 悲哀도 풀숲에 떨어져 뿌리내리지 못하는 어린 소나무의 슬픔도 모른다 아니 세상일에 깊이 관여하려 들.. 문예지발표작 2006.03.27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계간 [애지] 2004년 여름호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이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번도 클릭해 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 문예지발표작 2006.03.27
복덕방 노인 / 조영석 계간[문학동네] 2005년 봄호 복덕방 노인 조영석 유리창은 거대한 지도였다 그는 지도를 등지고 앉아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녹슨 풍향계처럼 삐걱거리며 그의 목뼈만 조금씩 틀어졌다 찾아오는 구매자나 매매자는 없었다 그의 머리는 먼 우주의 한 지점을 가리킨 채 기다림을 기다.. 문예지발표작 200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