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모헨조다로 Mohenjo-Daro / 고창수

자크라캉 2006. 3. 28. 12:13

 

[문창]`05년 겨울호

 

모헨조다로 Mohenjo-Daro


고창수




우리가 그대의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그대는 알 수 없는 고요 속에 웅크리고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대는 길고 숨막히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이 포기한 우주적 사건이다.
그대의 미적분으로 헤아리면
망각이란 영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과도 같다.
그대 신비의 한가운데서는
태풍의 중심에서 폭풍을 만날 수 없듯
어떤 존재도 느낄 수가 없다.
우리는 늘 인간적 논쟁의 상투어로
그대의 존재를 정의해 왔다.
실은 그대는 우리의 시공 밖에 존재하였다.
그러나 그대는 우리 존재의 캄캄한 심연에 있는
원초적 집단기억처럼
우리 존재의 캄캄한 심층에 살면서
황홀한 고통의 섬광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초조한 나머지,
그대는 성곽과 사원을 하늘 높이 세우고
인간적 오만으로 신의 경지를 거역하면서도 그리워하였다.
그대의 계획은 참으로 음흉하였다.
울리는 종소리는 번개의 그림자를 꼬부리고
우리의 음악을 뒤틀었다.
울리는 종소리는 우리의 시공을 휘게 하고
우리의 동작과 정서를 휘게 하였다.
그대는 노래와 주문으로
창공에서 새들을 끌어내리고
인간 오만의 날개를 태워버릴 음모를 하였다.
종말에 가까워지면서 그대의 몰락은 빠르고 걷잡을 수 없었다.
다른 세계로부터 닥치는 폭풍과 모래바람 앞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대의 부재는 우리의 존재를 밝혀주고,
그대의 부재는 우리의 수만의 거울 속에 울려 퍼졌다.
그대를 괴롭히던 꿈들은
그대의 낮과 밤의 윤곽과 사연들을 만들어 냈다.
그대의 그물은 환상의 물고기를 낚았다.
물고기는 그대의 세속적 환상의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대의 무덤인 궁극적 우주의 단서를 잡으려고
그대는 그물을 던졌다.
그대의 도시들은 그 목적지를 향하여 세워졌다.
그대의 건축의 구조는 죽음을 향하였고
그 곳에서 완성되었다.
수천년 동안 번개는 그대를 때리고 능욕하였다.
번개와 홍수는 그대의 영역을 침범하였다.
그대는 이 필사적 굴욕을 묵묵히 참아왔다.
그대는 자연의 변덕과 굴욕을 묵묵히 견디어 왔다.
그대의 오만은 거듭거듭 혹독한 징벌을 받았다.
그대의 어둠은 아직 싱싱하고 원초적이다.
그대의 은유는 아직 살과 뼈를, 뼈와 혼을 이어준다.
그리하여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는 순간과 순간을 이어주는
연금술사들의 눈앞에 어른거리던
그 노루를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뼈의 화석과 인더스 문자 속에서
그대의 머나먼 목소리를 듣는다.
짐승과 사람과 영웅들을
그들 개선의 절정에서도 끌어내리는 인력을
그대는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
시간은 공간과 더불어 건축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대의 건축은 먼 옛날의 어떤 계시처럼
우리의 시공 밖에 있다.
시간은 공간과 더불어 건축물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대의 건축물은 먼 옛날의 어떤 계시처럼
우리의 시공 밖에 있다.
강물은 방황하고 분출하기도 하며
침묵하고 솟아오르기도 한다.
어둠은 솟기도 하고 침잠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다 그대 영원의 틈새를 통하여
부침할 뿐이다.
우리의 전유물인 시간의 시각에서 보아도
그대 종언의 신기루는
아직도 우리의 심안에 보인다.
그대의 참모습은 아직도
염분이 스며 있는 벽돌을 통하여 보인다.
빙빙 돌면서 춤추는 탁발승과
절망하는 사람들의 비탄을 통하여
그대는 말을 하고,
그들의 황홀하고 고뇌하는 환상과 목소리를 통하여
그대는 손짓을 한다.
그대는 그들의 눈을 통하여 바라보고
양을 치는 목동의 입을 통하여 말을 한다.
그대는 시인들의 라가raga 타령과 카발레qawwale 가곡을 통하여
사람을 황홀케 한다.
그대는 풀 수 없는 상형문자 속에
그대의 지문指紋을 보여준다.
그대의 영원은 우리의 시간 속에 울려 퍼지고
그대의 영원은 우리 존재의 돛대에 윙윙거린다.



모헨조다로여!
그대의 주민들은 시장의 찬란함에서
무서운 흐름을 대면해야 하는
그들의 꿈 속 신음과 외침으로 늘 돌아왔다.
뒤숭숭한 별과 달이 그들 시공 밖의
어떤 중심을 향하여 수렴하는 사이에
어둠이 빛을 통하여 번쩍이듯
죽음은 생명을 통하여 번쩍인다.
하지만 그 번쩍임은 그대 목숨에 닿지 못한다.
영원은 시간을 통하여 번쩍이지만
결코 그대 목숨 안에 와 닿지 못한다.
기도와 의식儀式만이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다.
한 찰나를 다른 찰나로부터 분리시키는
그 무한한 간격을 메울 수 있다.
기도만이 산 자와 죽은 자를 결합할 수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대 마음의 축소된 시공을
시공의 지렁이가 가로질러 기어가고 있다.
수만 리 시공을 떨어지는 찰나는
영원을 언뜻 언뜻 보여준다.
그대의 신화는 영원으로 인도하는 회랑이다.
우리는 모두 신화를 열망한다.
영원으로 통하는 회랑인 그런 신화를
우리는 모두 신비를 열망한다.
또 다른 궁극적 존재에로 문을 열어주는 신비를 열망한다.
우리는 아직도 같은 어둠과 절망에 시달리고 있다.
별들은 아직도 그대의 부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인더스 강은 영원의 수정으로 번득이는
지구의 젖이다.
시공과 함께 흘러가는 동안
인더스 강은 서로에게서 무한히 떨어져 있는
찰나와 찰나를 이어주면서
그대 시공의 병을 치유해 주었다.
인더스강의 모든 분수령은 어둠 속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시공을 절규한다.
물은 그대 생명의 피였다.
물은 그대 시공의 탯줄에 흘렀다.
물은 그대의 가장 밀교적 의식을 자극하고 키워주었다.
물은 그대의 명상과 주문을 맑게 씻어주었다.
물은 늘 정화되어야 한다.
그대 존재는 우리의 흩어진 신비를 모아주는 나침반이다.
그대 존재는 연금술사들을 사로잡던 그 환상의 노루,
은을 금으로 만드는 그런 신비이다.
그들의 혼과 환영을 사로잡던
연금술사들의 사라지는 그 노루는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찰나들을 이어주었다.
마치 그들이 철과 은, 은과 금을 연결시키면서
영원의 모습을 보여주듯
그대의 다급한 절규는
우리 꿈의 흐름을 따라 흘러내린다.
우리들 광란의 환영은
수억 개 무명無明의 거울 속에 부서진다.
그대 강물 속에 스쳐가던 물고기는 가끔
우리 조상의 목소리가 흐르는 꿈 속을 스쳐간다.
기억은 지워지기도 하고 새로워지기도 하며
추억은 병들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
그대 꿈에 번쩍이던 물고기 비늘은
때때로 우리 꿈 속에 번쩍인다.
그대의 바위는 아직도 꿈의 음악으로 울려 퍼진다.
망각이란 결국 영원을 뒤돌아보는 눈길이다.
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형상들과
인더스 상형문자 속에서 그대의 머나먼 목소리를 듣는다.
인간의 수사학은 존재하고 또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그러한 신비를 망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눈으로 보라고
그대가 보내준 전갈인
그대 상형문자를 풀어낼 수 없다.
마치 그대가 자신의 암호를 풀지 못했듯이
그대의 수수께끼 상형문자는
그대 신비의 모습을 언뜻 보여주는
현미경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대 시공을 뚫어보고
그대 신비를 명상하도록
우리에게 그대가 준 렌즈이다.
그대는 이 풀 수 없는 상형문자를
우리에게 주어
역사와 그 너머까지
우리가 바라보도록 해준다.
그리하여 우리 존재가 늘 그렇듯
맹목적으로 기뻐하고 절망하도록 한다.
그대의 상형문자는 이방의 전갈을 전해주든지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여
어떤 깨달음에 이르게 하기 위한
그대의 휘어진 혀이다.

하루살이는 종국적 황홀을 찾아
불길에 달려든다.
그대 시인들은 시에 사로잡혀 인간 생명의
불꽃을 영구히 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종종 실신하여
필사의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아득히 떨어져 있는 찰나들을 용해시켜
영원으로 연결하였다.
벽돌을 쌓고 물을 길어 올리며
그들 캄캄한 방에서 은유의 불길을 피워 올렸다.
밀교의식은 흔히
공통의 계시를 향한 여정旅程이었다.



그대는 별빛 한줌을 집어
어둠 속에 던졌다.
그대 목소리는 아직 그대 시공과 우리 시공을 울려 퍼진다.
그것은 그대가 의도한 바 음악이자 非음악이다.
그대의 빛은 아직 우리의 시력에 번쩍인다.
토기 조각과 뼈의 화석은 그대 폐허 위에 깔려 있다.
말 못하는 동물의 손이 그대 침묵 속에서 튀어나온다.
진흙 집과 사암砂岩 천정에 그려진
그대 얼굴과 장소는
지정指定할 수 없는 미지의 목적지를 향하여
영원히 움직여 나아가고 있다.
뇌 속에, 기억 속에, 시공을 통하여
그대의 풀리지 않는 상형문자와 조각들 속에
미래에 관한 기억과 과거에 대한 환상
그대 도시의 남녀들은 영원한 포옹을 하고 있다.
뇌 속 우주 속에, 꿈 속 우주 속에
빙빙 돌며 춤추는 탁발승들처럼
물 속에, 창공 속에, 벽돌 사이에 빙글빙글 돌면서
미래에 관한 기억과 과거에 대한 환상
그대 도시의 남녀들은 영원한 포옹을 하고 있다.
그대 마을의 서사시와
그대 마을의 칭송은
단절된 그러나 어김없는 우리 종족의 기억을 따라 흘러간다.
그대의 알아볼 수 없는 열린 꿈과
그대 열병 같은 악몽 속 중얼거림은
우리의 단절된, 그러나 어김없는 종족의 꿈 속을 흘러내린다.



모헨조다로여!
그대의 기막히게 설계된 도로와 수로는
미래의 승리와 재난의 설계도였다.
그대의 설계자들은 그들 기상천외의 환상과 광란을
그대 문명의 기하학으로 전환하였다.
그들의 세계관을 그대 도시의 구조 위에 실현시켰다.
종종 끊기고 잘린 그대의 꿈과 악몽을 물려받듯,
우리는 그대의 서사시를 물려받는다.
해명할 길 없는 그대의 꿈과 비탄의 유산을
우리는 물려받는다.
그대의 단편들은 우리의 집단기억의 강물을 흘러내린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대의 시인들에게
그대의 물레에서 그들이 짠
끊기고 깨어진 이야기들을 이어받아
그들의 서사시를 이어간다.
이는 바로 신화와 역사가 지닌 의미이다.
우리는 그대의 마른 우물에서 마실 물을 퍼올린다.
물과 불은 문명을 키우고 처벌한다.
약탈은 종종 권력과 영광의 자랑거리이다.
그대의 영영 죽은 자들을 화강암의 응시에서 일깨워
환상과 목소리, 탐욕과 은혜가 살아 있는
시공의 불길 속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라.
우리의 더듬는 손에
그대는 풀리지 않는 상형문자와 조각彫刻을 쥐어준다.
그대의 종교와 의식은 그대의 주민들을
자궁에서 무덤으로, 동굴에서 성당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대 존재의 유일한 목적은
궁극적 패배와 붕괴를 그대 스스로 은밀히 알도록 하는 데 있다.
모헨조다로여!
그동안 그대는 놓친 것이 별로 많지 않다.
그대 내부의 방들에 퍼지던 빛과 어둠은
아직 우리 내부의 공간에서 울리고 있다.
그대의 가장 깊은 공간에서 돌아온
귤 나무와 사과 꽃과 풀을 뜯는 양들은
아직도 그대 외부의 공간을 밝히고 있다.

모헨조다로여!
화석의 공룡같이
우리 시공의 황야에서 다시 일어서라.
일어서서 그대 침묵의 동굴에서
거대한 야수처럼 포효하여 보아라.

모헨조다로여!
우리가 참으로 인간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한 천년을 더 졸아 보아라.
수천년 동안
그대 화강암의 눈은 화강암의 창공을 응시하였다.
우리 모두 한 천년 더 기다려보자.
과거와 현재의 참뜻은 미래 속에 있다.

모헨조다로여!
우리는 처음으로 사람이 그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날을
기념하고 송축한다.
우리는 사람이 처음으로
제 심장의 고동이 우주의 맥박임을
깨달은 날을 송축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어둠과 무명無明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가꾸려 왔다.
우리는 그대의 가장 비밀한 곳에서
그대의 빛과 어둠을 가꾸려 이곳에 왔다.
우리의 유일한 유산인, 있고 없음의 이 신비를 명상하려고
이곳에 왔다.
마치 우리의 손과 얼굴이
시간이 끝나는 날 그들을 받아줄
어떤 자비로운 손길을 향하여 움직여 가듯
그대 도시의 지리와
그대의 화석 뼈와 물레방아들은 모두
어떤 자비로운 목적지를 향하여 가고 있다.
조각들과 춤추는 소녀와 사제,
그대의 건축물과 그대의 아픈 부재는 모두
아직 유효有效한 그런 종말을 향하여 움직여 가고 있다.


쪪시작노트:

1
모헨조다로(Mohenjo-Daro) 유적: 현재 파키스탄 인더스(Indus)강 하류의 모헨조다로의 근교에 있는 인더스문명의 도시 유적. 모헨조다로 문화(Harappa 문화의 일부로 설명되기도 함)는 BC 2000~BC 1500년경의 청동기문화로서 강력한 정치체제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유적에는 거대한 공중목욕탕, 곡물창고, 강당 등 공공건물들이 있으며 사방으로 뻗은 도로로 정연하게 구획된 도시에는 정원이나 우물이 있는 민가가 늘어섰고, 배수시설도 완비돼 있음. 아직 해독되지 않은 상형문자와 인장, 문양토기, 토우, 장신구, 정교한 조각 등 유물이 많음. 1921년에 처음 발굴되었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비견하는 문명의 발상지로 인식되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음.

2
이 시의 영어번역문은 파키스탄의 고고학. 역사학 협회가 단행본으로 발간하였으며, 중요한 문화. 예술상인 Bolan Prize for International Merit (볼란 국제공로상)을 받았으며 민속박물관과 합작한 예술영화 MOENJODARO의 기초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