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김경주 목련 / 김경주 | 詩 창고 2006/05/07 08:29 http://blog.naver.com/gulsame/50004117898 木蓮 / 김경주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십 이년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 문예지발표작 2006.05.07
유리에 맺힌 눈물 / 송유미/ 계간<시향> 2005년 18호 사진<네이버 포토 앨범>에서 유리에 맺힌 눈물 / 송유미 흰눈이 내린다. 점점 투명해지는 창이다. 다음 창을 닦으면 또 한 장의 현란한 전광판의 메시지다. 북북 팔이 아프게 문지르다가 보면 쩍쩍 금 이 간 살얼음판이다. 꿈을 잘못 닦아온 세월 탓인가. 닦을수록 첩첩의 안개 속에서 뼈만 앙상한 .. 문예지발표작 2006.04.30
관계 / 송유미(2006년<심상> 3월호) 사진<네이버 포토 앨범> 관계 / 송유미 촛대에 살던 나비 한 마리 문을 열자 어디론가 떠났다 촛대는 나비 그리워 더 많은 나비를 떠나보낸다 떠난 나비의 빈 자리에 촛농이 쌓여갔다 가만히 있어도 촛대의 몸에는 나비가 일렁인다 촛대는 촛대가 아니라 나비의 고향, 나비들이 촛대에 붙여서 사는.. 문예지발표작 2006.04.30
칼/송유미 / 2006년<심상>3월호 사진<도마뱀>블로그님 칼 / 송유미 모든 것은 끊고 맺음에서 생기는 고통이었다 숫돌 위에서 무뎌지는 감성을 갈다가 다 닳아지는 생이었다 창자를 끊어 내듯 추억을 잘라먹고 살아온 청춘이 었다 종이에 스쳐도 피가 나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두부보다 나약해서 등을 굽히며 살았다 시뻘건 녹물.. 문예지발표작 2006.04.30
열리지 않는 달의 노래 / 진수미<2006년<문학사상>3월호 사진<황규백>화백 /네이버 이미지에서 열리지 않는 달의 노래 / 진수미 달은 잘 열리지 않는다 그게 그의 속성이다 '속성'이라는 낱말은 핀셋으로 집어낸다 '달'이 따라온다 낱말의 사닥다리 우리는 그걸 타고 오르지 불규칙한 사다리 우린 동시에 발을 헛딛는다 낱낱으로 흩어졌다, 뭉쳤다, 구르.. 문예지발표작 2006.04.30
2005년 <생각과 느낌> 겨울호 사진<호박이>blog 착한 방 / 박정남 너무 큰집에는 방이 없다. 방은 작을 수록 좋다. 알 같은 방 알 같은 나만 담고 쓸데 없는 것은 다 버리는 방. 그리고 바람 부는 겨울 거리를 지나가는 슬픔 사람을 재울 수 있는, 내 옆에 한 사람즘은 더 누울 수 있어 그래, 그래 하며 이따금 고개 끄덕여 주는 착한.. 문예지발표작 2006.04.26
가방 속 하루살이 /고진하<2005년 애지 봄호> 사진<ⓒencyber> 사진<네이버 이미지 검색> 가방 속 하루살이 / 고진하 여행가방을 열었더니 하루살이떼가 뿌옇게 날아올랐다 하, 신기하여 가방 속을 샅샅이 뒤져보니 언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귤 하나 짓눌려 터져 있었다 하루살이의 진원이 바로 너였구나 부패하는 달콤한 시간 속에 알을 까.. 문예지발표작 2006.04.26
성산포은갈치 /심은섭 성산포 은갈치 심은섭 발목 묶인 뻐꾸기가 노예의 울음소릴 내는 102-808호 초인종이 울렸다 새파랗게 질린 우체부가 하얀 목관 하나 건네주고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졌다 성산포 앞바다에서 휘파람 불며 물질 하던 낯익은 해녀가 그 속에 누워 있었다 해파리처럼 풀어진 동공 속에 해바라기 씨앗처럼.. 문예지발표작 2006.04.22
병상일기 사진<지율 스님> 연합뉴스 병상 일기 / 천서봉 언제부터 저 입 굳게 다물었는지, 여문 시간의 가장자리로 곰팡이 꽃 더듬거리며 피었다 지면 여기 얼마나 많은 가슴들이 스스로의 말문에 족쇄를 달며 돌아갔겠는가. 외로운 것, 소리 없는 것 몸 밖으로 밀고 나간 영혼들이 올올의 심지처럼 서서 눈 .. 문예지발표작 200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