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문창]`06년 봄호
<소화기消火器 > 외
1편
오세영
금방 뛰쳐나갈 자세로
현관에 놓여 있는 소화기,
웅크리고 앉아
소리 없이 노려보는 셰퍼트의
눈빛
같다.
경보가 울리면 입에 하얗게 거품을 물며
달려들 이빨.
<카드 빚>
알뜰하게 꾸려온 살림인데
아이들 교육도 다 시키고
이제 큰딸은 혼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이 무슨
과욕인가. 중년에 들어
카지노에 손을 댄 것이 화근
사채에 몰려
내 은행 구좌는 파산이다.
간암 판정
태어날
때 어머니가 주신 건강을
시나브로 잃어버리고
내 시간 통장의 잔고는 지금
마이너스다.
장기이식으로
임시 변통해서
간신히 막는
카드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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