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자크라캉 2006. 3. 27. 15:00

 

 

계간 [애지] 2004년 여름호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이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번도 클릭해 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