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152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2] 새벽밥 - 김 승 희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2] 새벽밥 / 김 승 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시평] 그래도,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이 있기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1] 남편 - 문 정 희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1] 남편 / 문 정 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0] 즐거운 편지 - 황 동 규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0] 즐거운 편지 / 황 동 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9] 그대 있음에 - 김 남 조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9] 그대 있음에 / 김 남 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8]찔레꽃 / 송 찬 호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8] 찔레꽃 / 송 찬 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7]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7]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6]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 미 정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6]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5]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5]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4]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4]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 먼 후일(後日) - 김 소 월

▲ 일러스트=클로니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 먼 후일(後日)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시평] 어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