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4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 서시 - 이 성 복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 서시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4
[애송시 100편 - 제 100편]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 - 제 100편]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5.06
[애송시 100편 - 제 99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 희 성 ▲ 일러스트 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99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 희 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5.06
[애송시 100편 - 제 98편]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 - 제 98편]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들판 작별을 하..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5.06
[애송시 100편 - 제 97편]맨발 / 문태준 ▲ 일러스트=권신아 [애송시 - 제 97편]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5.02
[애송시 100편 - 제 96편] 비망록 / 김경미 ▲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 - 제 96편] 비망록 / 김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4.30
[애송시 100편 - 제 95편]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 일러스트=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95편]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나 아..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4.30
[애송시 100편 - 제 94편]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일러스트 잠산 [애송시 100편 - 제 94편]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4.28
[애송시 100편 - 제 93편] 감나무 / 이재무 ▲ 일러스트 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93편]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