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152

[애송시 100편 - 제 68편]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 - 제 68편]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

[애송시 100편 - 제 67편]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일러스트 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67편]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

[애송시 100편 - 제 65편] 생명의 서(書) / 유치환

▲ 일러스트=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65편] 생명의 서(書) /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

[애송시 100편 - 제 63편]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 일러스트=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63편]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

[애송시 100편 - 제 61편] 노동의 새벽 / 박노해

▲ 일러스트=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61편]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