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2] 거미 - 김 수 영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2] 거미 / 김 수 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1] 사랑의 역사 - 이 병 률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1] 사랑의 역사 / 이 병 률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0] 찔레 - 이 근 배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0] 찔레 / 이 근 배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9]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 탁 번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9]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 탁 번 논배미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이 암놈 등에 업힌 숫메뚜기의 겹눈 속에 아롱진다 배추밭 찾아가던 배추흰나비가 박넝쿨에 살포시 앉아 저녁답에 피어날 박꽃을 흉내낸다 눈썰미 좋은 사랑이여 나도 메뚜기가 되어 그대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8] 파문 / 권 혁 웅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8] 파문 / 권 혁 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7] 세상의 등뼈 - 정 끝 별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7] 세상의 등뼈 / 정 끝 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6]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 도 현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6]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 도 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25]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 희 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4] 원 시 (遠 視) / 오 세 영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4] 원 시(遠 視) / 오 세 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3]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 도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3]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 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