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42] 사랑 - 박 형 준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42] 사랑 / 박 형 준 오리떼가 헤엄치고 있다.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홍조가 도는 그녀의 맨발,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간질여 주고 싶다. 날개를 접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떼. 맷돌보다 무겁게 가라앉는 저녁 해. 우리는 풀밭에 앉아..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10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41]농 담 - 이 문 재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41] 농 담 / 이 문 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10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40]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4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7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9] 마치…처럼 - 김 민 정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9] 마치…처럼 / 김 민 정 내가 주저앉은 그 자리에 새끼고양이가 잠들어 있다는 거 물든다는 거 얼룩이라는 거 빨래엔 피존도 소용이 없다는 거 흐릿해도 살짝, 피라는 거 곧 죽어도 빨간 수성사인펜 뚜껑이 열려 있었다는 거 [시평] 지워지지 않는 사..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8]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 라 연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8]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 라 연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7] 마른 물고기처럼 - 나 희 덕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7] 마른 물고기처럼 / 나 희 덕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어 ..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6] 서귀포 - 이 홍 섭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6] 서귀포 / 이 홍 섭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5] 바람 부는 날 - 김 종 해 ▲ 일러스트=클로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5] 바람 부는 날 / 김 종 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4] 어느 사랑의 기록 - 남 진 우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4] 어느 사랑의 기록 / 남 진 우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몸엔 가시가 돋아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은빛 가시가 돋아나 나를 찌르고 내가 껴안는 사람을 찌른다 가시 돋친 혀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핥고 가시 돋친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3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 일러스트=이상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3]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 용 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 현대시100년-애송시100편 200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