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667번지 산 667번지 심은섭 산 667번지는 나의 신앙이다 나무물결 보다 정갈하다 산 667번지는 성황당 지키는 후박나무다 성당 종탑에 앉아 우는 부엉이다 산 667번지는 말발굽아래 눈발로 날리는 탯줄이고 산 667번지는 가끔 밥짓는 연기가 나지 않던 굴뚝이고 산 667번지는 거센 눈발 속에 지아비 하관하던 기억.. 카테고리 없음 2006.02.17
천복天福 천복天福 심은섭 새벽에 눈이 내렸습니다 수만 개의 눈송이가 어둠을 닦고 있습니다 천년 전 원시림에 내린 눈이나, 이 저녁 속 눈썹에 내리는 눈이나 모두 무던히도 하얗습니다 그런데 눈송이 속에는 흰 뼈마디가 보이지 않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은밀히 다가가 보았습니다 하늘의 살점이었습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06.02.17
점자로 놓인 노둣돌 점자로 놓인 노둣돌 심은섭 밟으면 바스락 소리 나는 가랑잎 입니다 천둥소리도 침묵을 깨지 못하는 바윗돌 입니다 바람부는 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램프입니다 아궁이를 지키는 부지깽이였습니다 석공이 버린 막돌인 줄 알았습니다 일원짜리 동전인줄 알고 줍지도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 카테고리 없음 200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