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복天福
심은섭
새벽에 눈이 내렸습니다
수만 개의 눈송이가 어둠을 닦고 있습니다
천년 전 원시림에 내린 눈이나, 이 저녁
속 눈썹에 내리는 눈이나
모두 무던히도 하얗습니다 그런데 눈송이 속에는
흰 뼈마디가 보이지 않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은밀히 다가가 보았습니다
하늘의 살점이었습니다
상처였습니다
그 상처가 상형문자가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흩어져있는 문자들을
이리저리 맞춰 보았습니다
모습을 드러낸 문자는 「天」자字「福」자字였습니다
새벽에 눈송이를 맞은 것이 아니라
하늘이 살점을 떼어 만든 「天福」을 맞았습니다
이 「福」을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 입니다
목젖이 보이도록「웃고 있는 당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