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로 놓인 노둣돌
심은섭
밟으면 바스락 소리 나는 가랑잎 입니다
천둥소리도 침묵을 깨지 못하는
바윗돌 입니다
바람부는 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램프입니다
아궁이를 지키는 부지깽이였습니다
석공이 버린 막돌인 줄 알았습니다
일원짜리 동전인줄 알고 줍지도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였을 거라고
눈 뜬 장님이었을 거라고
눈뜬 장님이었을 거라고, 하지만
휘어진 나의 등뼈가 신음소리 내던 날
고목나무 한 그루를 보았습니다
뒤 켠 사랑방에 마른 기침소리만 가득 채우는
태풍 여덟 개 박혀 있는 보석이었습니다
무엇도 침범치 못하는 신전
태풍 몇 개 말아 피우고 익은 붉은 대추였을
어머니
얇은 눈과 귀로
싸리문 밖 무성한 바람소리 듣지 못하는
나에게
점자로 놓인 노둣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