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고사목 / 고경숙 ▲그림=허영희(일러스트레이터) [2011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고사목 / 고경숙 연대기를 알 수 없는 검은 책이다 먼 시간을 집대성한 페이지를 넘기면 불탄 새의 발자국이 떠도는 바람의 유적지 막다른 길에서 시간은 일어선다 이마에 매지구름 걸쳐놓고 진눈깨비 맞는 산, 박제된 새소리가 나이..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끈/정영희 [2011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끈/정영희 쇠죽 쑤는 저녁이었다 집집마다 장작불이 타오르고 쌀 앉히는 소리로 마을이 저물면 밤이 이슥하도록 두런두런 눈이 내렸다 국화송이 같은 눈송이를 툭툭 털어내며 혈족들 하나둘 모여 들고 풀 먹인 밤을 와시락와시락 눈이 내려 창호지 밖은 불을 켜..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모래내시장 / 하미경 [2011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래내시장 / 하미경 야채 썩는 냄새가 고소해지면 장터는 복숭아처럼 익는다 중고 가게 앞 내장을 비운 냉장고가 과일의 단내며 생선냄새며 땀내 들을 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일 무렵 은혜수선집은 벌써 불을 켜고 저녁의 한 모퉁이를 깁는다 박미자머리사랑을 ..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경인일보신춘문예 시당선작]-중세국어연습 혹은 그림/오다정 [201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중세국어연습 혹은 그림 / 오다정 달력 뒷장을 읽는다 무심한 세월이 쓰고 간 투명한 글씨 위 아버지 長江 한 줄기 그리셨다 마킹펜이 지난 자리 푸른 물결 굽이굽이 배를 띄우랴 가보지 못한 세월 너머로 進進, 언덕으로 포구로 그 어디 너머로 進進 화면 가득 띄우..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마드리드 호텔 602호- 이재성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마드리드 호텔 602호- 이재성 독한 럼주병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급선원들이 돌아온 바다와 떠나갈 바다를 위해서 건배를 하는 사이 호텔 602호는 마스트를 세우고 바다 위에 떠있다. 아니 이미 항진 중인지도 모른다. 바다에서 허무, 낡은 시집의 행간, 해무..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불교신문신춘문예당선작 시·시조부문]-분천동 본가입납/이명 [2011년 불교신문신춘문예당선작 시·시조부문] 분천동 본가입납(本家入納)/이명 태어나 최초로 걸었다는 산길을 돌아 푹신한 나뭇잎을 밟으며 청주 한 병 들고 능선을 밟아 내려갔니더 누님이 벌초를 해놓은 20년 묵은 산소는 어둡고 짙은 주변의 빛깔과는 달리 어찌나 밝은지 무덤이 아니었니더 봉긋..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은단풍/김남이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시당선작/은단풍-김남이 사원식당 앞 은단풍나무, 어린아이 징검다리 건너듯 갸웃갸웃 자그마한 풍선이 포르르 날며 구르는 듯 조심스레 입 밖으로 걸어 나오는 그 소리 은은하고 맑아서 나중에 ‘은단풍’이라는 딸을 낳고 싶었던 그 나무 밑에서 점심시간마다 ..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팔거천 연가 / 윤순희 여름밤 내내 *팔거천변 돌고 또 돌았습니다 아직 물고기 펄떡이는 물 속 물새알 낳기도 하는 풀숲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어 십 수년째 오르지 않는 집값 펴지기를 깨금발로 기다리지만 대학병원 들어서면 3..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손톱 안 남자 / 송해영 [2011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손톱 안 남자 / 송해영 매니큐어 칠을 한 손톱 안엔 내 손톱을 장악한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자꾸 자기 말 좀 들어보라며 나를 불러들인다. 무시를 할수록 자꾸 성가시게 군다. 귓가에 쟁쟁하게 맴도는 그 말은 달콤한 사탕을 물려주는 유혹과 같다. 더욱 들여..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
[2011년 제6회 경제신춘문예 시 우수상 당선작] [제6회 경제신춘문예 시 우수상 당선작] 오징어의 生 / 박혜란 바다를 향해 수 만개의 발들이 말라가고 있다. 한 때 저 흡판들은 바다를 물어뜯던 폭력이었을 것이다. 새벽 출항, 집어등에 속아서 배를 가르고 꼬챙이에 꿰어져 내장도 제 속내도 다 내어주었던 것. 오징어는 온몸으로 햇빛을 투과시키며.. 신춘문예당선작 201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