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년 제5회 계간<창작과 비평> 신인상 당선작 월롱역 김성대 오래된 창고는 비밀스럽다 창고를 에워싼 갈대들이 수런거리고 꽃들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눈 뜨고 자는 달개비 앞을 발꿈치 들고 지나는 달빛 먼지 쌓인 비밀이 달빛에 살짝 드러난다 이따금 기차가 지나가면서 추억을 완행 연주하고 바람은 한소절씩 베어넘긴다 언젠가는 비밀.. 수상작품들 2006.02.22
`05년 창작과비평 신인상수상작 빨래하는 여자 김성대 모서리에 난 창으로 햇살과 햇살이 섞인다 여자는 세제를 넣으며 생각한다 그래 너무 기울어졌던 거야 상처마저 비스듬하도록 그런데 그 상처들은 다 어디로 새나갔을까 어느 틈에 단단한 솔기가 풀리면서 상처받지 않겠다는 마음까지 풀어지고 빙글빙글 드럼 속에서 색색 꽃들.. 수상작품들 2006.02.22
`05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수상작품 일월식물원 김성대 삼거리에 용달차가 멈춘다 얼기설기 묶인 가구들이 잠시 기울고 액자 속 사진에서 머리칼이 휘날린다 저 이삿짐의 주인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낙향한다고 함두로 단정지어본다 국도는 매일 고만고만한 차들을 고만고만한 속도로 실어나른다 하루를 기점으롤 순환하고 있는 걸까 .. 수상작품들 2006.02.22
`05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수장작품 물옥잠 김성대 그녀들이 하얀 발을 내밀었고 나는 번갈아 핥아주었다 왼발의 여자에게선 복숭아향이 났고 오른발의 여자에게선 장마비 냄새가 났다 새빨간 매니큐어의 밤 발톱들이 무척이나 반짝거려 먼 별들도 비출 듯한데 그녀들은 어깨에 담요를 두르고서 물옥잠에 대해 말했다 주렁주렁 꽈리를 .. 수상작품들 2006.02.22
[스크랩] [송찬호] 만년필 -전문가 162명이 뽑은 2005년 문예지에 발표된 2006년 올해의 최고시 [송찬호] 만년필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두었다 이것으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대가리 눈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수상작품들 2006.02.22
[스크랩] [김만년] 겨울, 수색역에서 - 24회 근로자 예술제 대통령상 수상작 겨울,수색역에서 김만년 1 언제부터였을까 물빛 곱다던 수색역은 거대한 공룡들의 습지로 변해 있었다 새벽마다 중생대의 눅눅한 바람이 음습해오는 기관고(機關庫)유전지대에는 등푸른 공룡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었다 지상 오십미터 상공 조명탑에 촘촘히 박힌 공룡 알들, 일제히 부화(孵化)등.. 수상작품들 2006.02.22
[스크랩] [안도현] 빗소리 듣는 동안 - 2001년 제1회 노작문학상 수상작 2001년 제1회 노작문학상 수상작 빗소리 듣는 동안 안도현 1970년대 편물집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 수상작품들 2006.02.22
[스크랩] [박주택] 시간의 동공 - 제20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제20회 소월시문학상 시간의 동공 박주택 이제 남은 것들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만 바다를 그리워한다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말 한 마리 아주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들이 그 위를 비추면 창백한 호흡을 멈춘 새들만이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쉰다 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때 스스럼.. 수상작품들 200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