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식물원
김성대
삼거리에 용달차가 멈춘다
얼기설기 묶인 가구들이 잠시 기울고
액자 속 사진에서 머리칼이
휘날린다
저 이삿짐의 주인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낙향한다고
함두로 단정지어본다
국도는 매일 고만고만한 차들을 고만고만한 속도로
실어나른다
하루를 기점으롤 순환하고 있는 걸까
이 삼거리른 세트장인지도 모른다
나는 꽃과 나무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주기적으로 새순과 어린 나무들이 실려오고
아무도 그들의 생일을 기념하지 않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신생아실처럼
들끓는다
내가 그리 비중있는 배역은 아닌 것이
그들은 스스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나는 약간의 손질과 이동을 도울
뿐이다
시절이 새초록해지면 아이들이 수풍을 온다
도시락을 흔들며 목련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함께
삼거리를
건너온다
아이들은 나무를 흔들고 꽃을 쥐었다 놓지만
나는 내버려둔다
친적들은 서로를 아름답게 한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다
아이들은 꽃을 닮고 꽃은 아이들을 닮고
그런 밤이면 달무리가 겹으로 서고
삼거리에 초승달과 그믐달이 함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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