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05년 창작과비평 신인상수상작

자크라캉 2006. 2. 22. 17:40
빨래하는 여자

 

                               김성대



모서리에 난 창으로 햇살과 햇살이 섞인다
여자는 세제를 넣으며 생각한다
그래 너무 기울어졌던 거야 상처마저 비스듬하도록
그런데 그 상처들은 다 어디로 새나갔을까
어느 틈에 단단한 솔기가 풀리면서
상처받지 않겠다는 마음까지 풀어지고

빙글빙글 드럼 속에서 색색 꽃들이 피고 지고
엉킨 흔적들이 흔적을 지운다
가만 보니 흰 빨래도 섞여 있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진 속의 얼굴
그때 내 표정은 떨리지 않았는데
어째서 배경만 번졌던 것일까
그의 손이 떨렸던 걸까

탈수는 늘 힘겹다
물기를 짜내고 건조해지려면, 가벼워지려면
온몸을 악다불고 덜덜 떨어야 한다
한번 끊어진 실은 다시 이어도 매듭이 남는다
눈으로 안 보이더라도 손으로는 느낄 수 있다
옹이진 기억들로 피로를 느낄 때
세탁기가 멈추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는 나비처럼 가벼운 손짓으로 빨래는 넌다
구겨지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작은 빨래도 탈탈 정성스레 편다
숨겨둔 열정이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만 잔설처럼 남은 햇살이 좋아서라고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심심함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