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05년 제5회 계간<창작과 비평> 신인상 당선작

자크라캉 2006. 2. 22. 17:51


월롱역

 

                          김성대



오래된 창고는 비밀스럽다
창고를 에워싼 갈대들이 수런거리고
꽃들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눈 뜨고 자는 달개비 앞을
발꿈치 들고 지나는 달빛
먼지 쌓인 비밀이 달빛에 살짝 드러난다
이따금 기차가 지나가면서
추억을 완행 연주하고
바람은 한소절씩 베어넘긴다

언젠가는 비밀도 곰팡이 핀다
비밀을 지커려는 생각도
다시 들추길 바라는 마음도
언젠가는 곰팡이 핀다
타다 남은 양초처럼 뭉툭해진다
달을 희롱하듯
달이 꽃을 희롱하고 꽃이
달을 희롱하듯
한시절 놀았으면 그뿐

창고에 걸린 달빛이 촛불처럼 떨린다
잠시 푸른곰팡이에 귀기 어리는 듯하지만
저 달에 단풍 들면
곧 기차도 뭉툭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