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259

머드비누 - 심은섭

머드비누 심은섭 비누 속에 갯벌이 보인다 시간의 스프링 위로 오랜 기억이 튀어 오른다 컴컴한 비누 속에 누웠다 궁핍의 그림자를 운반하던 어머니의 둥근 궤적과 물고기비늘이 들러붙어 있는 흰 바다의 얼굴을 보았다 태양의 심줄로 짠 왕관을 내 머리에 씌워주려던 한 여자, 고독사를 즐겨 읽던 내 뒤편의 젖은 웃음을 말리고 있다 새벽이 어둠의 목을 조를 때 해원을 떠났던 흰 바다도 한 손에 죽음을 들고 찾아와 천체관측을 하듯 나의 하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나는 아프리카 소녀의 허기를 종교로 삼는 일과 낙타들의 사냥교본 사용을 거부했다 그 무엇도 상처 깊은 내 기억을 익사시키지 못하는 오후, 내 손 끝에 비누가 닿자 갯벌이 사라졌다 시간의 썰물은 희소식을 내겠다며 궁핍의 궤적과 흰 바다를 쓸어갔다 -2020년, 『고..

나의 자작시 2020.12.17

수상한 여름 / 심은섭 시인

blog.naver.com/earth6242 사진 : 에서 캡처 수상한 여름 심은섭 벽에 걸린 시계추가 여섯시를 타종할 때까지 매미는 울지 않았다 어떤 이는 매미가 하안거 중이라고 소리쳤고, 누구는 내장이 훤히 보이도록 허물 벗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 풍문이 들릴 때마다 저녁식사 중인 자작나무숲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수양버드나무들은 실어증에 시달렸다 말복이 지나도 매미는 울지 않았다 곳간은 텅 비어 갔고 노모의 등뼈마저 허였게 드러났다 하혈하던 닭들도 어둠 속에서 야윈 그믐달을 산란했다 등굣길을 잊어버린 아이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로 자꾸 발을 뻗었다 매미울음의 실종을 묵인하는 동사무소로 목마른 접시꽃이 갈증을 애원하며 보낸 서신이 되돌아오던 날, 귀가를 서두르던 저녁노을의 온몸에 붉은 반점이 돋..

나의 자작시 202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