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비누 심은섭 비누 속에 갯벌이 보인다 시간의 스프링 위로 오랜 기억이 튀어 오른다 컴컴한 비누 속에 누웠다 궁핍의 그림자를 운반하던 어머니의 둥근 궤적과 물고기비늘이 들러붙어 있는 흰 바다의 얼굴을 보았다 태양의 심줄로 짠 왕관을 내 머리에 씌워주려던 한 여자, 고독사를 즐겨 읽던 내 뒤편의 젖은 웃음을 말리고 있다 새벽이 어둠의 목을 조를 때 해원을 떠났던 흰 바다도 한 손에 죽음을 들고 찾아와 천체관측을 하듯 나의 하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나는 아프리카 소녀의 허기를 종교로 삼는 일과 낙타들의 사냥교본 사용을 거부했다 그 무엇도 상처 깊은 내 기억을 익사시키지 못하는 오후, 내 손 끝에 비누가 닿자 갯벌이 사라졌다 시간의 썰물은 희소식을 내겠다며 궁핍의 궤적과 흰 바다를 쓸어갔다 -2020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