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http://blog.daum.net/reharthospital/36>에서 캡처
52병동 6인실
심은섭
침상마다 사냥터에서 퇴역한 부족의 전사들이 누워있다 반월보다 죽음이 더 구체적인 그믐달을 가지고, 오솔길을 혼자 걸어온
섬 같은 사람들,
목이 늘어진 러닝사스처럼 살지 않았지만 나팔꽃이 피어있는 방 하나 없다 허기가 폐렴을 앓는 저녁, 빙하가 갈라지는 울음소리를 낼지언정 무허가 앞발톱을 사용하지 않았다 문밖에서 사채업자가 드론처럼 맴돌아도 한 끼의 정결한 저녁식사를 위해 신음과 울음을 구별하지 않은 채 바늘처럼 몸을 갈았다
직립의 자세가 무너지는 오후
4번 침상의 혈관 속으로 숨 가쁘게 흘러내리던 링거수액이 발걸음을 멈춘다 지상에서 홀로 펄럭이던 깃발 하나가 하강을 하고 있다
-출처 : 2020년 『현대시』 2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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