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주네 블로그에요〉에서 캡처
[축시]
남태평양 화식조(火食鳥)들이여!
-호주한국문학 제9호 발간을 축하하며-
오래 전부터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단군의 후예들의 글짓는 소리가 싸르락 싸르락
동방으로 기쁘게 들려오네
한반도에서 홀로 귓부리 세우고 그 후예들의
떠나가던 소리까지도 듣던 귀로,
지금은 출판기념축제의 함성을 엿듣고 있네
때론, 한낮의 소낙비 내리는 소리가
남태평양의 화식조의 눈물이 옷소매를 적시면
또르르 구르는 소식였네
끊어질듯 이어지는 소리, 그들이 함께 노래 부르며
분주히 펜촉으로 원고지를 걷던 소리
기쁨의 소리, 하지만
향수를 달래려고 만취된 세월도 더러 있었으나
덩실덩실 장단 맞추어 춤추는 시간보다
전기줄에 걸린 비닐봉지처럼 우는 날이 더 많았으나
시를 쓰는 동안, 우정을 다지는 동안, 또 그렇게
따스한 빵을 나누어 먹는 동안,
바벨탑 같은 제9호 문집을 만드는 동안
어느새 화식조의 머릿결엔 흰 서리가 소록소록
무성하게 내리고 쌓였네
호주한국문인협회 이마엔 푸른 잎이 돋아나 있네
-2016년 6월 『호주한국문학』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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