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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기 대상화와 소울soul의 영혼 / 심은섭

[정계원 시인 시집 『접시 위에 여자』 시해설 세계의 자기 대상화와 소울soul의 영혼 (심은섭 | 시인·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학 교수) Ⅰ. 프롤로그 시의 정의는 “힘찬 감정이 자유롭게 분출된 것”이라는 워즈워드의 주장과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이고,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라는 T. S. Eliot의 주장은 대립적이다. 전자와 후자의 정의를 일반적으로 주정시와 주지시로 구분하는 잣대로 사용되어 왔다. 현대에 접어들어 시를 바라보는 시관은 고양된 시인의 정서에 의해 독자에게 감흥을 줌으로써 현대인의 윤리의식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표현론적 효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시를 시인의 내부에 있는 본질과 연결시켜, 구체적인 작품보다 어떤 정신이나 성질로 보는 태도가 ..

나의 평론 2021.09.04

물의 하산下山 - 심은섭

물의 하산下山 심은섭 혀가 검은 사람들이 떼 지어 산을 오른다 그때부터 계곡물은 산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걸으며 야생화의 혈관을 짓밟을까봐 맨발로 계곡을 따라 걸었던 것이다 그래서 발톱이 없는 까닭이다 몇 개의 빗방울만 내려가는 줄로 알았으나 수천 개의 은빛여자들이 빈 젖을 입에 물고 우는 어린물방울을 등에 업은 채 걷고 있었다 그래서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했던 것이었다 오직 허기를 채우려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하산하는 줄 알았으나 어둡기 전에 두 무릎 꿇고 온갖 폐수를 받아주는 바다를 만나야 했다 그래서 앞만 보고 흘렀던 것이다 -2021년 『문예감성』 여름호

나의 자작시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