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은 쉼터>님의 블로그에서
[블록속에서 시쓰기]/오남구
내 안에 꽃이 있다 / 오남구
1. 여미지 식물원
내 안에 꽃이 있다
이 말 하나 가지고 유리방으로 들어갔다.
2.이웃
투명한 물가의 세상은 다 보여서
마음이 어느 외진 곳 머물러 있어도
블록을 넘어서 이웃이 찾아온다.
눈물의 꽃 하나를 집어 던졌는데
파문이 일렁이다 가만히 흘러가
그만 맑은 동공까지 가서 속눈썹에
번쩍번쩍 폭우를 쏟고 있다.
(* 투명한 물: 내가 명상을 하며 떠 놓는 물)
3.돌탑
문득 돌탑이 보인다. 자연석
잠시 멈추어 나도 돌 한 개를 집어
꼭대기에 올려보는데 더 이상의 돌
아니 말 한 개를 얹힐 수가 없다.
뾰족하게 솟은 그 위에 더 올릴 수
없다, 새로이 탑을 쌓을 수밖에
처음 높이가 없고 눈에 띠지 않지만
뒤에 오는 사람 있어 돌탑을 쌓고
누가 향기 있는 돌 한 개를 놓으면
무척 색깔 아름답고 반짝이어
쌓아 놓은 탑이 물속에 보인다.
4.장맛비 사이
내 안에 꽃이 있다.
이 말에 붙잡혀 꼼짝 못하고 앉아 있다.
계곡에서 발 담그고 바라보는 일렁이는 파문
꽃이 아름다운 건 "내 안에 꽃이 있다" 이 말
보내 온 꽃이 내 속에 환히 놓여 있는 것 같고
장맛비 소란히 내린 다음에 맺힌 물방울들
산반화의 칠월!, 깨끗이 얼굴 씻고 나온 해가
어느 순간에 반짝 내 온몸을 스쳤다.
5.낙서
문구멍으로 살며시 들여다보면 나,
노인이 않아 있고 손에는 염주가 있었다
머리 박박 밀어서 이마가 햇빛에 환했다
초등학교 언제였나, 너무 반짝인 이마
내가 하도 심심하여 공책에 처음 한 낙서
몽당연필로 머리 가락 올 올 그려 넣고
아직도 알 수 없는 웃음 히- 히- 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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