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

내 안에 꽃이 있다 / 오남구

자크라캉 2006. 9. 1. 12:06

 

                       사진<작은 쉼터>님의 블로그에서

 

[블록속에서 시쓰기]/오남구

안에 꽃이 있다 / 오남구

 

1. 여미지 식물원


내 안에 꽃이 있다

이 말 하나 가지고 유리방으로 들어갔다.

 

2.이웃


투명한 물가의 세상은 다 보여서

마음이 어느 외진 곳 머물러 있어도

블록을 넘어서 이웃이 찾아온다.

눈물의 꽃 하나를 집어 던졌는데

파문이 일렁이다 가만히 흘러가

그만 맑은 동공까지 가서 속눈썹에

번쩍번쩍 폭우를 쏟고 있다.


(*  투명한 물: 내가 명상을 하며 떠 놓는 물)

 

3.돌탑


문득 돌탑이 보인다. 자연석

잠시 멈추어 나도 돌 한 개를 집어

꼭대기에 올려보는데 더 이상의 돌

아니 말 한 개를 얹힐 수가 없다.

뾰족하게 솟은 그 위에 더 올릴 수 

없다, 새로이 탑을 쌓을 수밖에

처음 높이가 없고 눈에 띠지 않지만

뒤에 오는 사람 있어 돌탑을 쌓고

누가 향기 있는 돌 한 개를 놓으면

무척 색깔 아름답고 반짝이어

쌓아 놓은 탑이 물속에 보인다.

 

4.장맛비 사이


내 안에 꽃이 있다.

이 말에 붙잡혀 꼼짝 못하고 앉아 있다.

계곡에서 발 담그고 바라보는 일렁이는 파문

꽃이 아름다운 건 "내 안에 꽃이 있다" 이 말

보내 온 꽃이 내 속에 환히 놓여 있는 것 같고

장맛비 소란히 내린 다음에 맺힌 물방울들

산반화의 칠월!, 깨끗이 얼굴 씻고 나온 해가

어느 순간에 반짝 내 온몸을 스쳤다.

 

5.낙서  


문구멍으로 살며시 들여다보면 나,

노인이 않아 있고 손에는 염주가 있었다

머리 박박 밀어서 이마가 햇빛에 환했다

초등학교 언제였나, 너무 반짝인 이마

내가 하도 심심하여 공책에 처음 한 낙서

몽당연필로 머리 가락 올 올 그려 넣고

아직도 알 수 없는 웃음 히- 히- 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