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바닥 / 이대흠
외가가 있는 강진 미산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뻘을 바닥이라고 한다
바닥에서 태어난 그곳 여자들은
너를 타고 바닥에 나가
조개를 캐고 굴을 따고 낙지를 잡는다
살아 바닥에서 널 타고 보낸다
죽어 널 타고 바닥에 눕는다
바닥에서 태어난 어머니 시집올 때
질기고 끈끈한 그 바닥을 끄집고 왔다
구강포 너른 뻘밭
길게도 잡아당긴 탐진강 상류에서
당겨도 당겨도 무거워지기만 한 노동의 진창
어머니의 손을 거쳐간 바닥은 몇평쯤일까
발이 가고 손이 가고 마침내는
몸이 갈 바닥
오랫만에 찾아간 외가 마을 바닥
뻘밭에 꼼지락거리는 것은 죄다
어머니 전기문의 활자들 아니겠는가
저 낮은 곳에서 온갖 것 다 받아들였으니
어찌 바닷물이 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봄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시작된다
<창작과 비평> 2006년 가을호
이대흠 李戴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눈물 속에는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등이 있음
daooji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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