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바닥 / 이대흠<창작과 비평> 2006년 가을호

자크라캉 2006. 8. 26. 01:21

 

 

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 이대흠

 

외가가 있는 강진 미산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뻘을 바닥이라고 한다

바닥에서 태어난 그곳 여자들은

너를 타고 바닥에 나가

조개를 캐고 굴을 따고 낙지를 잡는다

살아 바닥에서 널 타고 보낸다

죽어 널 타고 바닥에 눕는다

 

바닥에서 태어난 어머니 시집올 때

질기고 끈끈한 그 바닥을 끄집고 왔다

구강포 너른 뻘밭

길게도 잡아당긴 탐진강 상류에서

당겨도 당겨도 무거워지기만 한 노동의 진창

어머니의 손을 거쳐간 바닥은 몇평쯤일까

발이 가고 손이 가고 마침내는

몸이 갈 바닥

오랫만에 찾아간 외가 마을 바닥

뻘밭에 꼼지락거리는 것은 죄다

어머니 전기문의 활자들 아니겠는가

저 낮은 곳에서 온갖 것 다 받아들였으니

어찌 바닷물이 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봄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시작된다

 

 

 

<창작과 비평> 2006년 가을호

 

이대흠 李戴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눈물 속에는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등이 있음

daooji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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