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물 이야기 / 이규리

자크라캉 2006. 8. 20. 18:34

 

 

                    사진<미디어다음 포토갤러리>에서

 

 

이야기 / 이규리

 

 

잘못 쏟아버린 물이

상가 앞 인도에 흥건하다

기다린 듯 맹추위가

재빨리 물을 살얼음으로 바꾼다

이 길로 학원 가는 아이들 미끄러질까

더 얼기 전 비로 쓸어내니

움푹한 데로 얼음물 고인다

때 맞춰 어디서 왔는지 꽁지 긴 새 한 마리,

겁도 없이 그 물 찍어 먹는다

오래 가물었구나

저 속이 갈급해 두려움조차 잊었으니

천천히 먹도록 멀리서 망을 봐 주었다

잘못 쏟은 물이 아니었다

새 한 마리를 씻어준

새 한 마리가 나를 씻어 준

환한 물

 

<서시>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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