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연애의 법칙 / 진은영

자크라캉 2006. 8. 26. 02:03

 

 

               사진<꿈과 같이 그리운 마음만을 남기고>님의 플래닛에서

 

 

애의 법칙 / 진은영

 

나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개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쎈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창작과 비평> 2006년 가을호

 

진은영 陳恩英

 

1970년 대전 출생.

2000년,문학과 사회>로 등단

시집<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이 있음

dicht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