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내가 사는데 필요한 정보들>님의 블로그에서
불혹 不惑 / 이사라
낙타가 모래산을 넘는다
발자취 찾을 수 없는 모래산에서도
발자국마다 추억이 모래처럼 쏟아져 내린다
모래산이 부서지고
해가 저물고
해가 다시 뜨고
바람 더 크게 불고
모래산이 다시 만들어지고
갈증과 추위가 아수라 같아도
낙타는 몸 크기만큼의 그늘을 품고 묵묵히 걸어간다
멀고 먼 모래 지평 사납게 흔들거려도
낙타다 가는 길은
적요(寂寥)를 찾아가는 길
옛 사진첩에서 모래 바람이 인다
낙타가 가는 길에서는 낙타가 가는 길만 생각하고 싶다
낙타가 가는 길에서는 낙타가 생각하고 싶다
<시와 사람>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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