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책이 무거운 이유 /
맹문재
어느 시인은 책이 무거운 이유가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책이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시험을 위해 알았을
뿐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그 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만을 너무 생각하느라
자살한 노동자의 유서에 스며 있는
슬픔이나
비전향자의 편지에 쌓인 세월을 잊을지
모른다고
때로는 겁났지만
나무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그루의 나무를 기준으로
삼아
몸무게를 달고
생활계획표를 짜고
유망 직종을 찾아보았다
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
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 박고 서
있는
그 나무 때문이다
※맹문재 시인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저서로 <한국민중시문학사>,
편저로 <한국현대대표시선>, <페미니즘과 에로티즘 문학>,
번역서로 <포유동물> 등이 있음
2004년 현재 경희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음.
< 맹문재 시집 "책이 무거운 이유" 중에서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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