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論 /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
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
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
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나를 싣
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
일기장을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여주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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