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집 /김명인 <파문> 문학과 지성

자크라캉 2006. 5. 23. 23:58
 
 
출처 :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세상 |글쓴이 : 꾸리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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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인
 
 
새집들에 둘러싸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내 사는 집이 낡아간다
이태 전 태풍에는 기와 몇 장 이 빠지더니
작년 겨울 허리 꺾인 안테나
아직도 굴뚝에 매달린 채다
자주자주 이사해야 한 재산 불어난다고
낯익히던 이웃들 하나 둘
아파트며 빌라로 죄다 떠나갔지만
이십 년도 넘게 나는
언덕길 막바지 이 집을 버텨왔다
지상의 집이란
빈부에 젖어 살이 우는 동안만 집인 것을
집을 치장하거나 수리하는
그 쏠쏠한 재미조차 접어버리고서도
먼 여행 중에는 집의 안부가 궁금해져
수도 없이 전화를 넣거나 일정을 앞당기곤 했다
언젠가는 또 비워주고 떠날
허름한 집 한 채
아이들 끌고 이 문간 저 문간 기웃대면서
안채의 불빛 실루엣에도 축축해지던
시퍼런 가장의
뻐꾸기 둥지 뒤지던 세월도 있었다
 
 
 
 
 
 
 
지은이 소개

 
김명인 - 194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단에 데뷔했으며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동두천」「머나먼 곳 스와니」「물 건너는 사람」「푸른 강아지와 놀다」「바닷가의 장례」「길의 침묵」「바다의 아코디언」「파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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