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기차 / 김상미

자크라캉 2006. 5. 11. 15:16

 

             사진<네이버>포토샆에서

 

  / 김상미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차를 탄다

특급열차를 타고

보통열차를 타고

완행열차를 탄다

 

타는 역은 같아도 내리는 역은 제각각이다

순간적인 기쁨에 탐닉하는 자만이

아무역에서나 내리고 아무역에서나 탄다

 

내릴 곳이 없는 나는

언제나 특급열차를 탄다

특급열차는 내리는 역이 적기 때문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보면

기차는 사랑을 닮았다

몸 안에 인류를 가득 싣고 달린다

 

차장 밖 푸른 하늘을 단숨에 지우고

내리고 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뺏속의 무정한 기운이

햇빛에 쏘인 봄날의 나무 잎새처럼 흔들린다

사람들은 언제나 떠나고 싶어하고

떠나는 걸 못 견뎌하는 나는

오래된 편지 위에 떨어진 눈물방울처럼

덧없이 驛舍에 멈추어 선 기차 안에서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를 듣는다

 

 

김상미

1990년<작가세계> 여름호로 데뷔

시집 :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수 / 정끝별  (0) 2006.05.16
개 / 조동범  (0) 2006.05.12
공갈빵을 먹고 싶다 / 이영식  (0) 2006.05.08
검은 바지의 밤 / 황병승  (0) 2006.04.26
고진하 시인 <수탉>- 민음사  (0) 200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