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 조동범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터진 배를 펼쳐놓고도 개의 머리는 건너려고 했던 길의 저편을 향하고
있다. 붉게 걸린 신호등이 개의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로운 오후. 부풀어오른 개의 동공 위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나비를 담은 개의
눈동자는 이승의 마지막 모퉁이를 더듬고 있다. 개의 눈 속으로, 건너려고 했던 저편, 막다른 골목의 끝이 담긴다. 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감는다. 골목이 끝이, 개의 눈속으로 사라진다. 출렁이는 어둠 속으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납작하게 사라지는 개의 죽음
속으로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 2006년 문학동네
조동범 시인
1970년 경기도 안양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2년 <문학동네>로 등단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호원K / 고형렬 <밤 미시령/ 창비 2006년> (0) | 2006.05.20 |
---|---|
춘수 / 정끝별 (0) | 2006.05.16 |
기차 / 김상미 (0) | 2006.05.11 |
공갈빵을 먹고 싶다 / 이영식 (0) | 2006.05.08 |
검은 바지의 밤 / 황병승 (0) | 2006.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