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개 / 조동범

자크라캉 2006. 5. 12. 15:07


           / 조동범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터진 배를 펼쳐놓고도 개의 머리는 건너려고 했던 길의 저편을 향하고 있다. 붉게 걸린 신호등이 개의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로운 오후. 부풀어오른 개의 동공 위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나비를 담은 개의 눈동자는 이승의 마지막 모퉁이를 더듬고 있다. 개의 눈 속으로, 건너려고 했던 저편, 막다른 골목의 끝이 담긴다. 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감는다. 골목이 끝이, 개의 눈속으로 사라진다. 출렁이는 어둠 속으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납작하게 사라지는 개의 죽음 속으로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 2006년 문학동네

 


 

 

                             조동범 시인

 

                               1970년 경기도 안양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2년 <문학동네>로 등단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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