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피보다 붉은 오후 / 조창환

자크라캉 2006. 4. 4. 19:07

  
    조창환, [피보다 붉은 오후] 
 
 


 


   푸른 잔디 가운데로 투명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피보다 붉은 모란 꽃잎이
   툭
   떨어진다
   아그배나무 가득 희고 작은 꽃이
   바글바글
   피어 있다
   첫 키스를 기다리는 숫처녀처럼
   숲을 설레게 하는 두려움이
   파도처럼
   술렁인다
   이 하늘 아래 빈 발자국 몇 개 남겨놓은 일이
   너무 눈부셔
   어깨에 묻은, 달빛 같은 바람을
   쓸어안는다
 
   -시집 {피보다 붉은 오후}(문학동네, 2001)
 
 
 
 
   에서는 첫 키스를 기다리는 숫처녀를 그려내고 있지만
   읽는 나는 왠지 사춘기에 똥폼 잡는 사내놈들을 떠오른다
   제목이나 언어는 최대한 자극적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왠지 마음은 여리고 두려움 많은 한 아이를 보는 느낌이다
   아마 건덩건덩 건너뛰는 모습 때문 아닐까???
   그게 구체적으로 무어냐고는 묻지는 마시라.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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