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내 복통에 문병 가다(일부) /장철문

자크라캉 2006. 4. 4. 19:05



내 복통에 문병 가다 (일부) / 장철문





그는 앓고 있었네

아무 걱정도 없이 앓고 있었네

그를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의 친구들이었네

그와 그의 친구들를 바라보았네

통증은 그의 몫이고

불안과 걱정은 그의 몫이 아니었네

친구들은 모두 돌아갔네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비평사, 2003/9)




상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 보통 당사자가 죽을똥말똥하기 마련인데

이 시인은 이미 도통을 한 것인지 편안한 척 걱정을 미루어 두고 있다

오히려 주위에서 난리다


지난해 어머니의 병실을 오래 지켜봐서 그런데 이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사자 보다 힘들라구


이 시는 그런 것이 사실이고 진실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짐짓 걱정해 주는 행태, 병실을 나가면 저희들끼리 술이나 한 잔 할 꺼면서

앞에서는 걱정을 태산처럼 하는 그런 행태를 고발하는 것이리라

하긴 식구들이 걱정을 더하는 것은 많이 봤다. 병원비 때문에...




 

 

            장철문 시인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서쪽》창비 1998

《산벚나무의 저녁》창비 2003

동화

《노루 삼촌》창비 2002

《심청전》창비 2003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란의 봄 / 박후기  (0) 2006.04.06
피보다 붉은 오후 / 조창환  (0) 2006.04.04
수런 거리는 뒤란 / 문태준  (0) 2006.04.04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0) 2006.04.04
서서 먹는 밥 / 이진심  (0) 200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