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밥꽃의 여자 - 심은섭

자크라캉 2022. 8. 4. 17:16

 

 

꽃의 여자

 

 

심은섭

 

 

 

코로나19로 아내가 밥을 짓지 못했다

내가 밥을 지었다

 

철이 덜든 밥알, 모래알 같은 밥알

영혼이 빠져나간 밥알

훅 불면

민들레홀씨처럼 날아갈 듯한 밥알이다

 

서툴게 생의 돌담을 쌓는 나의 모습에

그녀가 벌떡 일어나 밥을 짓는다

 

철이 든 밥알, 별사탕 같은 밥알이다

경전의 활자 같은 밥알

이팝꽃이다

흰 미소를 짓는 다이아몬드의 집합체,

 

철이 들어야

철이든 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겨우 눈치 채는 저녁이다

 

 

-출처 : 2022년 《심상》 8월호

 

                                                                                      심은섭 시인

 

 

 

악력-심은섭

 

- 2004 심상으로 등단

- 2006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09),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외

-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2015). 상상력과 로컬시학(2021) 외  

- 200815,18문학상수상

- 202222회 박인환문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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