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꽃의 여자
심은섭
코로나19로 아내가 밥을 짓지 못했다
내가 밥을 지었다
철이 덜든 밥알, 모래알 같은 밥알
영혼이 빠져나간 밥알
훅 불면
민들레홀씨처럼 날아갈 듯한 밥알이다
서툴게 생의 돌담을 쌓는 나의 모습에
그녀가 벌떡 일어나 밥을 짓는다
철이 든 밥알, 별사탕 같은 밥알이다
경전의 활자 같은 밥알
이팝꽃이다
흰 미소를 짓는 다이아몬드의 집합체,
철이 들어야
철이든 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겨우 눈치 채는 저녁이다
-출처 : 2022년 《심상》 8월호
심은섭 시인
〈악력〉-심은섭
- 2004년 『심상』으로 등단
-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09),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외
-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2015). 『상상력과 로컬시학』(2021) 외
- 2008년 「제1회 5,18문학상」 수상
- 2022년 「제22회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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