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말 - 심은섭

자크라캉 2022. 8. 9. 01:06

 

 

 

 

 

심은섭

 

 

 

말 좀 붙여 보려고 딱풀 하나 산다

말을 걸어보려고 옷걸이를 산다

말을 깨물어 보려고 인포메이션을 찾는다

식도를 타고 올라온 말과 말 사이에는

풀어지지 않는 이해가 울고

풀어지는 오해가 웃고

마음속에 슬픔이 기쁨으로 오면

목청을 울리게 하는 하나의 몸짓,

말은 칼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신발을 벗은 말이 달린다

울음소리가 난다 징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생을 건다

생이 깨지고 깨진 그 생을 다시 잡으려고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말에 먹히고 말은 사람들에게 먹혀서

말은 할 말을 잊고 말없이

말발굽 아래에 묻힌다

달린다 말을 몰고 달린다

입에 말을 물고 말은 말하지 않으며

말이 말을 업고 간다

말처럼 달린다

 

 

 

악력-심은섭

 

- 2004 심상으로 등단

- 2006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09),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외

-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2015). 상상력과 로컬시학(2021) 외  

- 2008 1 5,18문학상 수상

- 2022 22회 박인환문학상 수상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빙어의 비망록 - 심은섭  (0) 2022.09.08
바다로 가지 않는 강물은 없다 - 심은섭  (0) 2022.09.08
텃밭의 수난기 - 심은섭  (0) 2022.08.04
밥꽃의 여자 - 심은섭  (0) 2022.08.04
감나무 100년사 - 심은섭  (0)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