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지 않는 강물은 없다
심은섭
강변에 사는 수양버드나무들은 강물이 허리에 권총을 숨기고 서부지역 금광을 찾아 떠도는 총잡이일 뿐이라며 빈정댔다 그러나 그믐달이 뜨면 산란을 위해 강의 하구를 찾아드는 연어 떼를 맞이하려고 밤낮 쉬지 않고 걸어갔던 것이다
바위 밑에 은신 중인 민물고기들은 강물이 푸른 문신이 새겨진 팔뚝을 보여주러 호프향이 가득한 나이트클럽으로 간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먼 바다에서 푸른 고독의 꽃이 온몸에 피어난 무인도를 예인하려고 황급히 달려간 것이다
바다가 강물의 무덤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바다로 가지 않는 강물은 없다 나침판도 없이 바다로 간다 파도는 안타까운 마음에 온몸으로 그를 만류해 보았지만 강물은 한 평생 꿈꿔왔던 수평을 유지하려고 낮은 곳을 찾아 흘렀던 것이다
-출처 : 2022년 《시와시학》 가을호

심은섭
〈악력〉-심은섭
- 2004년 『심상』으로 등단
-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09),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외
-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2015). 『상상력과 로컬시학』(2021) 외
- 2008년 「제1회 5,18문학상」 수상
- 2022년 「제22회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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