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기우
심은섭
화부산 기슭에서 무리지어 살던 산벚나무들, 온 몸으로 겨울과 실랑이를 벌이더니 기필코 LED색등 같은 웃음을 피워냈다
저녁에 어둠과 함께 강풍이 들이닥쳤다
잠자리에 막 드려는 그 순간, 내일이면 땅바닥에 죽은 꽃잎들의 살점이 이리저리 나뒹굴 것이라는 상념에 잠겼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웃고 있는 꽃잎들, 얼굴에 비록 상처가 깊었지만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저 푸른 눈빛들,
땅위엔 앞발톱이 부러진 강풍만 지천이다
-출처 : 2021년 《한국작가》 봄호
·2004년 『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8년 『시와세계』에서 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19) 외
·저서 『한국 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외 다수
·제1회 〈5.18문학상〉 수상, 제6회 〈세종문화예술대상〉 외 다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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