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4월의 기우 - 심은섭

자크라캉 2021. 3. 5. 23:37

 

 

 

   4월의 기우

 

   심은섭

 

 

 

    화부산 기슭에서 무리지어 살던 산벚나무들, 온 몸으로 겨울과 실랑이를 벌이더니 기필코 LED색등 같은 웃음을 피워냈다

   

   저녁에 어둠과 함께 강풍이 들이닥쳤다

 

   잠자리에 막 드려는 그 순간, 내일이면 땅바닥에 죽은 꽃잎들의 살점이 이리저리 나뒹굴 것이라는 상념에 잠겼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웃고 있는 꽃잎들, 얼굴에 비록 상처가 깊었지만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저 푸른 눈빛들,

 

땅위엔 앞발톱이 부러진 강풍만 지천이다

 

 

 

 

 

  -출처 : 2021년 《한국작가》 봄호

 

심은섭 시인

 

·2004년 『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경인일보신춘문예 당선

·2008시와세계에서 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19)

·저서 한국 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외 다수

·15.18문학상수상, 6세종문화예술대상외 다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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