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환절기2 - 심은섭

자크라캉 2021. 3. 5. 23:55

   환절기2

 

 

   심은섭

 

 

 

   한 통의 e-mail이 왔습니다

   막차로 떠난 가을이 잘 도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PC를 끄고 이제 막 자려고 하는데 누가 다급하게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얼굴이 샛노란 잔추가 당황한 낯빛으로 비수를 든 겨울이 쫓아온다고 말했습니다 황급히 방으로 피신시켰습니다 군홧발의 12월이 나를 밀치고 금세 방으로 쳐들어 왔습니다 잔추와 들소처럼 싸웠습니다 겨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10월의 카렌다가 잘려나갔습니다 온 대지는 하얀 상복을 갈아입고 대성통곡을 하였고, 강물은 스스로 이마를 쩌억 갈랐습니다 둘을 불러놓고 화해를 시도했으나 막무가내였습니다

 

   아내를 불렀습니다

   보일러를 돌리라고 했습니다 모두 사월이 되었습니다

 

 

 

-출처 : 2021년 《심상》 봄호

 

----------------------------------

 

심은섭 시인

심은섭 약력

 

·2004년 『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경인일보신춘문예 당선

·2008시와세계에서 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19)

·저서 한국 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외 다수

·15.18문학상수상, 6세종문화예술대상외 다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교수()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게의 반복 - 심은섭  (0) 2021.03.06
나이팅게일의 후예들 - 심은섭  (0) 2021.03.05
설악산 흔들바위 - 심은섭  (0) 2021.03.05
4월의 기우 - 심은섭  (0) 2021.03.05
늙은 바람의 문법 - 심은섭  (0)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