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설악산 흔들바위 - 심은섭

자크라캉 2021. 3. 5. 23:40

 

 

   설악산 흔들바위

 

 

   심은섭

 

 

 

   밀고밀어도 추락하지 않는다

 

   의심을 잔뜩 품은 바람 한 점이 바위 속을 들여다보았다 흠칫 놀랜 표정이다 그 바위 속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암자 한 채가 보이고, 수행 중인 고승도 보인다 고승은 언제부턴가 세상 밖을 거부하며 바위 속으로 들어갔던 사다리마저 부숴버리고 산다 봄날, 그는 꽃들이 찾아와 바위를 흔들 때마다 터진 영혼을 수선하며 목어를 두드린다 꽃이여, 바람이여, 더는 저 바위를 흔들지 마라 저 바위를 흔들수록

 

   너만 더 흔들릴 뿐이다

 

 

 

-출처 : 2021년 《한국작가》 봄호

 

 

 

 

ㅣ심은섭 시인

·2004년 『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경인일보신춘문예 당선

·2008시와세계에서 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19)

·저서 한국 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외 다수

·15.18문학상수상, 6세종문화예술대상외 다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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