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흔들바위
심은섭
밀고밀어도 추락하지 않는다
의심을 잔뜩 품은 바람 한 점이 바위 속을 들여다보았다 흠칫 놀랜 표정이다 그 바위 속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암자 한 채가 보이고, 수행 중인 고승도 보인다 고승은 언제부턴가 세상 밖을 거부하며 바위 속으로 들어갔던 사다리마저 부숴버리고 산다 봄날, 그는 꽃들이 찾아와 바위를 흔들 때마다 터진 영혼을 수선하며 목어를 두드린다 꽃이여, 바람이여, 더는 저 바위를 흔들지 마라 저 바위를 흔들수록
너만 더 흔들릴 뿐이다
-출처 : 2021년 《한국작가》 봄호
·2004년 『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8년 『시와세계』에서 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19) 외
·저서 『한국 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외 다수
·제1회 〈5.18문학상〉 수상, 제6회 〈세종문화예술대상〉 외 다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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