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나이팅게일의 후예들 - 심은섭

자크라캉 2021. 3. 5. 23:58

 

 

   나이팅게일의 후예들

 

 

   심은섭

 

 

 

   그와 명함을 건넨 적도 없거니와 얼굴을 본 적은 더욱 없다 다만 중국 우한에 살았다는 것과 그의 체구가 왕관처럼 생겼다고 방송국 앵커가 귀띔을 해 주었을 뿐, 그렇게 신원을 알 수없는 자가 철쭉꽃이 만발한 한반도로 침입을 했다

 

   그때부터 밀떡을 얻으려고 들판에서 등을 태우던 밀짚모자와 일 년치 사글세를 마련하기 위해 굉음의 기계가 온종일 돌아가는 공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원짜리 동전을 닦던 어둠 속의 궁핍들이 애원하는 생사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생환의 귀가를 도우려고 마스크와 고글을 입고 잠든 나이팅게일의 후예들, 타락한 인간의 땅을 정화하려고 흰 가운을 입고 목에 청진기를 걸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 라파엘 천사의 눈빛으로 세상은 다시 원형으로 부활하고 있다

 

 

 

-출처 : 2021년 《심상》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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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섭 시인

심은섭 약력

 

·2004년 『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8 시와세계에서 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19) 

·저서 한국 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외 다수

·1 5.18문학상 수상, 6 세종문화예술대상 외 다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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