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난중일기 4 / 장경린

자크라캉 2010. 8. 23. 17:37

사진<DAUM미디어다음>에서

 

 

중일기. 4 장경린 

 

1

고개 위에서 바라본 미아리 고개는

내리막길이고

고개 아래서 바라본 미아리 고개는

오르막길이다.

 

오르막길을 내려간 네 명의 여자

故 황진이

故 마릴린 먼로

故 백수광부의 처

유관순 누나

 

조심하자, 갑자기 세상이 두려워지지 않을 때

우리 서로 이름을 불러 주자.

 

2

당신한테선 그년 냄새가 난다니까. 얼씨구

고맙군 그래. 이혼? 누구 맘대루, 못 해.

죽어두 못 해

 

3

나는 뱃전에 서서 친히 안위를 불러 말하기를,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하고 다시 불러 「안위야, 군법에 죽으려느냐, 물러가면 살 듯싶으냐」 했더니, 안위가 황급히 곧바로 들어 싸우려 할 때

 

4

나는 기어 나왔다

금강 구두를 신고

사자표 와이셔츠를 입고

 

나는 기어 나왔다

벽을 넘어

아우성의 발등을 밟으며

아우성치며

 

나는 기어 나왔다

기어 나가야 하는 곳으로부터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곳을 향하여

 

5

비 오듯

화살을 쏘아붙이니 화살에 맞아 죽은 자가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왜장 머리는 일곱 개를 베었고

남은 놈들은

 

6

출입금지

이 지역은 군사작전구역이므로

민간인 출입을 금함.

8276부대장

 

7

()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이다)

라고 힘주어 말해도 그 확언의 무게는

(~라고 생각한다)로 감량되고 마는

것이다. 은유, 직유, 환유, 제유 등과

 

, 갑옷, 투구,

전통, 환도 등도 깨어지고 헐어서

볼꼴 없이 된 것이 많았으므로

색리와 궁장 감고 들을 처벌했다.

 

8

남자가 여자의 따귀를 갈긴다. 다른 행위들은

더 과격하다.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것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집권하고있는나라에서그는무좀걸린발가락사이에가루약을뿌리고양말을갈아신는다.대변을보고나면따뜻한물로치질을맛사지하며늘그랬들이그는수치감을항문으로느낀다.그를지배하고있는병들이바로그자신의일부이듯이

 

저 씹할 년이 껌을 쩍쩍 씹으며 먼저

 

내려갔다.삼별초의지휘관배중손은반란을일으킨후군졸들을이끌고진도로내려가투철한항몽정신으로

 

그녀는 세 명의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다.그것은중요한것이다.있었던것,그것도중요한것이다.그러나있을수있는것,그것이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손이 닿는 대로

없는 과일들을

그러나 잘 익은 과일들을

하나씩 따 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